“초막 셋을 짓자”던 사람이
자기 장막을 벗다
변화산에서 예수님의 얼굴이 해같이 빛나고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났을 때, 베드로가 불쑥 말했어요. “주께서 만일 원하시면 내가 여기서 초막 셋을 짓되”(마 17:4). 마가는 한 줄을 덧붙여요. “이는 그들이 몹시 무서워하므로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 못함이더라”(막 9:6). 😄 너무 떨려서 아무 말이나 나온 거예요. 영광스러운 순간을 천막 안에 붙잡아 두고 싶었나 봐요.
수십 년 뒤, 베드로는 자기 몸을 “장막”이라고 불러요. “내가 이 장막에 있을 동안에”(1:13), “나의 장막을 벗어날 것이 임박한 줄을 앎이라”(1:14). 장막은 잠시 머무는 천막이에요. 그리고 이 일은 “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지시하신 것 같이”(1:14) 일어난다고 해요. 부활하신 주님이 갈릴리 바닷가에서 “네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”(요 21:18) 하시며, 베드로가 어떤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지 알려 주셨던 일을 가리키는 것 같아요.
여기 숨은 단어가 하나 더 있어요. 1:15의 “내가 떠난 후에”에서 “떠남”은 엑소도스예요. 출애굽기의 헬라어 이름과 같은 말이에요. 그런데 이 단어가 변화산 장면에도 나와요.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과 함께 “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”(눅 9:31)을 이야기했는데, 이 “별세”가 바로 엑소도스예요. 변화산에서 들었던 주님의 “떠나심”을 이제 베드로가 자기 떠남에 쓰고 있어요.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이 새 출애굽이었기에, 베드로의 죽음도 끝이 아니라 주님께로 나아가는 길이 돼요.
※ “내게 지시하신 것”이 요한복음 21:18-19를 가리킨다는 것은 많은 해석자의 견해예요. 베드로가 네로 황제 때 로마에서 순교했다는 것은 1세기 말 로마의 클레멘스가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 등 초대교회 기록에 근거한 전승이에요.